<편의상, 평어체로 답함을 양해바랍니다>

부산 출생(1941년)으로 1963년 『자유문학』신인상에 시「저녁」당선으로 등단에 데뷔한 시인 김종해(金鍾海)씨가 열 번째 시집을 냈다는 기사를 며칠 전에 보았다.

시집의 제목은 『눈송이는 나의 각角을 지운다』(문학세계사)이다. 그런데 김종해 시인의 아호(雅號)가 지봉(池峰, 못지 봉우리봉)이다. 그런데 본래 이 시인의 별명이 「땡비(땅벌)」였단다. 입바른 소리를 잘 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금방 땡비처럼 쏘아붙이니 붙여진 이름이다. 땡비는 땅벌이니 땅지(地)자와 벌봉(蜂)자를 넣어 지봉(地蜂)의 글자를 좀 품위있게 지봉(池峰, 못지 봉우리봉)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봉(池峰)은 땡벌처럼 쏘아 붙이는 성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넓은 연못처럼 깊은 지혜(智慧)를 지니고 있으면서 또 높고 고상한 인품을 가졌기에 연못의 지(池)와 높은 봉우리의 봉(峰)을 연결해서 썼으리라...

그리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조선의 문신이자 학자인 이수광(李目卒光)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 『지봉유설(芝峰類說)』인데, 이수광의 아호도 역시 지봉(芝峰)이다. 지(芝)는 난초(蘭草)의 일종으로서 고고한 선비의 자태를 잘 드러내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며, 봉(峰) 역시 높고 고상한 인품의 높은 봉우리를 뜻한다.

이와 같이 아호(雅號)는 성명학적(姓名學的)인 이치(理致)보다는 인품(人品)과 학식(學識) 때로는 별명이나 사는 지역 등의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본명 대신에 편하게 부르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의 아호(雅號)도 본래의 이름인 본명(本名) 대신에 친구사이에서 또는 글을 쓰는 문인(文人)이나 예술가(藝術家) 그리고 연예인(演藝人) 등의 분이 편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수인 정지훈도 비(RAIN)를 좋아해서 예명(아호)을 「비(RAIN)」로 정했다고 하며, 또 「화요비」는 가수로 데뷔할 때가 화요일이었는데 마침 비가 내려 화요비로 정했다는 말도 있다.

귀하의 아호인 지환(祉奐)은 어떤 의미로 이 이름을 사용했는지 사뭇 궁금하군요? 아무튼 귀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의미를 담았다면 그리고 이 지환(祉奐)이란 이름을 편하고 친근하게 친구들 사이에서 부를 수만 있다면 아호(雅號)로서의 가치은 충분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