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우리는 배꽃이라 하면 하얀 순백(純白)의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그리고 붉은색 매화는 양지바른 곳의 봄을 알리는 이미지를 그려낸다면 배꽃은 봄의 달밤을 연상하게 되지요.

이는 아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고려말의 문신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의 다정가(多情歌)라는 시조(時調)로 인해서 그 이미지가 굳어진 탓도 있을 것입니다.

시조는 이러합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봄날 늦은 밤 하얀 배꽃 사이로 밝은 달은 휘영청 밝고, 두견새는 목이 메이도록 처절하게 울음을 토하는 자정(子正)의 야심한 시간, 감성(感性)에 젖어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상이 잘 드러난 시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얀 배꽃의 이화(梨花)는 순수(純粹)함을 내포하고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봄날의 애상(哀想)과 고독(孤獨)함도 담고 있는 이미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보통 꽃의 이름을 여성의 이름에 잘 부여하지 않는 경향도 많습니다. 꽃을 화류(花柳)의 의미로 보아 대개는 정숙(貞淑)한 부인의 이름보다는 다른 의미로 많이 부른 문화도 한 원인일 것입니다.

특히 사주(四柱)를 보면,
경진(庚辰)년 - 금토(金土)
계미(癸未)월 - 수토(水土)
병술(丙戌)일 - 화토(火土)
임진(壬辰)시 - 수토(水土)로서....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다섯 오행(五行)에서 토(土)가 무려 넷(4)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토(土)가 이화양에게 있어 표현하는 에너지, 발산하는 에너지, 외부로 향하는 에너지이기에 안으로 수렴하는 정적(靜的)인 에너지고 또 필요한 까닭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학교 이화여대(梨花女大)처럼, 학교에 배꽃이 많아 그런 이름을 지은 시대적이고 환경적인 이유가 있다면 또 이화(梨花)도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이화(梨花)란 이름을 아주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이 대분분이기도 합니다.

이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시는 분 중에, 주역(周易)의 대가이신 야산(也山) 이달(李達)선생의 아드님이신 역사학자 이이화(李離和)선생님이 계시긴 합니다만, 이화(離和)는 주역(主役)에서 불의 의미를 갖는 괘(卦)-이(離)와 항렬자(行列字)인 화(和)를 사용한 이름이라는 점이 조금 다르지요.

‘강이화’보다는 ‘강리화’의 이름이면 한글의 발음적인 구성에서는 조금 나으나, 위 설명에는 큰 변함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