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시(夜子時)의 문제

우리 인간(人間)의 생활(生活)은 철저히 자연(自然)의 한 부분으로서의 삶입니다. 다시 말해 자연(自然)의 지배(支配)를 받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지구는 태양계의 한 행성(行星)으로서 지구와 달과 태양에 의해 계절(季節)이 생기며 또한 낮과 밤이 생기고 또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 중의 태양의 위치 변화를 일상생활에 적용하여 시간(時間)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양은 전통적인 12시간 개념을 사용해 왔었는데, 서구의 풍조에 의해 현재에는 24시 개념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시(子時)의 개념입니다.

하늘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성(五星)에 의해 다섯 가지 운기(雲氣)가 흐르고 이것이 음양(陰陽)으로 나누어져서 10간이 되는데 바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간(十干)인 천간(天干)입니다.

그리고 땅은 6가지의 운기(運氣)에 의해 운행되는 바, 이를 6기(六氣)라하며 음양(陰陽)으로 나누어져 바로 12지가 되며 이는 곧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로 지지(地支)가 됩니다

그래서 12달이 모여서 1년이 되며, 12시가 모여서 하루가 되는 것입니다. 이 12시는 자시(子時), 축시(丑時), 인시(寅時) …… 해시(亥時)가 됩니다.

그리고 해시(亥時)가 하루의 종착역이면 자시(子時)는 하루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런데 서양(西洋)의 역법(曆法)이 들어오면서 시간의 개념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1675년 영국의 찰스2세가 천문항해술을 연구하기 위해 런던의 교외인 그리니치(Greenwich)에 관측소를 설치하여, 이 천문대의 자오환(子午環)을 지나는 자오선(子午線)을 본초자오선으로 정하여 경도(經度,longitude)의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그 후 1925년 1월 1일 국제천문연맹은 이 그리니치 천문대의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여 하루의 날짜 변경선을 정하니 이것이 바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리니치평균시(Greenwich Mean Time)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니치 평균시에 의해 각 국가별 표준시(標準時)를 정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동경(東經) 135도를 기준으로 하여 우리의 속국(屬國)인 일본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도(經度)는 서울을 중심으로 볼 때, 126도 58분 46초로서 약 30분의 오차가 생깁니다.(경도 15도에 한시간의 차이가 생김, 지구는 구형으로 360도이며 이를 자전하는 하루의 시간인 24로 나누면 15도가 됩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대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자오선(子午線)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의 시작 시각은 밤 12시인 24시가 아닌 00시 30분이 되어야 정확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양적인 개념인 자시(子時)를 일반적으로 23시에서 01시가 아닌 23시 30분에서 01시 30분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00시 30분을 기점으로 바뀌게 되는데 바로 자시(子時)가 2일간에 걸쳐있다는 것입니다.

23:30시 ∼ 00:30시를 밤의 자시(子時)인 야자시(夜子時)라 하고
00:30 ∼ 01:30분을 아침의 자시(子時)라 하여 조자시(朝子時)라고 하는데,

조자시(朝子時)는 문제가 없으나 야자시(夜子時)의 경우에는 간지(干支)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갑자일(甲子日)의 경우 자시(子時)는 갑자시(甲子時)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새벽의 아침 자시(子時)는 갑자시(甲子時)가 맞는데, 저녁의 자시(子時)인 야자시(夜子時)는 병자시(丙子時)가 됩니다. 왜냐하면 바로 자시(子時)앞의 해시(亥時)가 을해시(乙亥時)이기 때문에 그 다음이 병자시(丙子時)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병자시(丙子時)는 바로 갑자일(甲子日) 바로 다음날의 자시(子時)이기 때문에, 밤자시인 야자시(夜子時)를 어느 날짜에 속하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즉 날짜는 아직 00시 30분이 지나지 않았으니 갑자일(甲子日)이 분명한데 시간을 이미 다음날의 병자시(丙子時)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학(易學)에서는 야자시(夜子時)를 인정하는 입장과 또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 놓여 있어 가끔 문제가 제기되곤 합니다.

야자시(夜子時)를 인정하게 되면, 날짜는 그날의 날짜를 사용하면서 시간은 다음 날의 시간을 당겨서 적용하는 것이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아직 하루가 바뀌지 않았는데 밤 11시 30분이 되면 바로 다음 날로 인식하게 되니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이에 저희 도통은 야자시를 인정하는 입장에 있게 되며, 대부분의 역학계에서 야자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천체(天體)의 운행은 늘 회전 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밤과 낮의 구분 그리고 봄과 여름의 구분이 어느 날 어느 시점으로 정확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자시(夜子時)는 달리 표현하면 오늘과 내일이 공존하는 시간대입니다. 그리고 야자시를 인정함이 임상(臨床)에서 더욱 적중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학의 대부이신 고 이석영(李錫暎)선생의 경우 야자시를 인정하는 입장에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