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 - 身土不二 발렌타인 데이(Valentine Day)

역사(歷史)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우리 인류는 해, 달, 행성 및 별 등이 천구(天球)를 운행하는 모습을 관찰하여 시간(時間)과 계절(季節)의 변화를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이것을 근본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역법(曆法-달력)이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발전되어 왔는데, 우리는 양력과 음력을 병행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농경을 기본으로 한 우리는 달의 변화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 계절의 변화를 잘 알려주지 못해 태양의 위치와 관련된 요소를 역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태음력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 양력의 요소가 바로 24절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24절기는 태양의 위치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농경에 가장 기본이 되는 책력이기도 하며 양력 날짜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경칩(驚蟄)은 양력으로는 3월 5일전후이며, 24절기의 셋째이며, 2월 절기로 춘분(春分:3월 20일)전까지이다. 우수(雨水)와 춘분 사이에 있고,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경칩(驚놀랄경, 蟄겨울잠잘칩)은 한자의 뜻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놀라서 깨어난다는 시기로 이 무렵에는 개구리들이 나와 물이 괸 곳에 알을 낳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다고 해서, 경칩날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기도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한다.

경칩에 행하던 행사로는 토역(土役, 흙일)이라 하여 이날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기도 했는데 경칩에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또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지리산을 주변으로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예.경남 하동의 쌍계사雙磎寺)

뭐니뭐니 해도 경칩(驚蟄)은 봄(春)의 시작이요, 봄은 청춘(靑春)의 계절이다. 우리의 가슴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사랑을 깨워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날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우리 선조들은 이 날 남녀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서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한다. 은행(銀杏)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는데 서로 마주 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고가서 열매를 맺기에 순결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며, 또한 비록 맛이 쓰고 껍질이 단단하여도 심어 그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 까닭일 것이다. 이름하여 신토불이 발렌타인 데이인 셈이다.

또한 이날 처녀 총각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나무와 암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또 정(情)을 다지기도 했다. 이제는 동구밖이 아닌 가로수로 변신했으니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도 옛 우리 풍습을 기리는 의미있는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