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이란 "겨울(冬)에 들어선다(立)"의 뜻을 지니고 있어 입동(立冬)이하 하며 24절기의 열 아홉 번째이며, 음력으로 10월의 절입일(節入日)입니다. 또 양력으로는 매년 11월 7, 8일이며 상강(霜降)과 소설(小雪)사이로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가 되는 날입니다.

이번 입동은 해월(亥月)입니다. 즉 월건(月建)은 신해(辛亥)월인데, 겨울로 접어들면서 또한 봄을 바라보는 달이기도 합니다. 우주의 절기(節氣)와 우리 동양은 겨울이 오면서 이미 봄을 생각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지(地支)인 해(亥)의 구조를 보면 해(亥)는 돼지를 의미하며 12지지(地支)의 제일 끝에 위치합니다. 극(極)에 다다르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 자연의 순환원리입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고 12의 순환고리인 지지(地支)도 다시 처음인 자(子)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지지(地支) 중에서 인신사해(寅申巳亥)를 4생지(生支)라고 합니다.
즉 1월인 인(寅)은 봄의 시작임과 동시에 인(寅) 중의 지장간(支藏干)인 병화(丙火)가 굼틀거리고 있어 불인 여름을 준비하며, 음력 4월인 사(巳)는 사(巳)중의 경금(庚金)이 출발선상에 대기하고 있어 가을을 준비하여, 신(申)는 음력 7월로서 신(申) 중의 임수(壬水)가 물인 겨울을 준비하며

해(亥)는 10월절로서 해(亥) 중의 갑목(甲木)이 나무의 계절인 봄(春)을 기다리고 준비합니다.

우리 속담에 農夫餓死(농부는 아사 라도) 枕厥種子(침궐종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농부는 굶어 죽어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로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음을 뜻한다 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이미 봄을 생각하는 우리 동양의 사상은 농부(農夫)의 마음과 같이 가히 자연에 순응(順應)하는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입동(立冬)기간을 5일씩 3후(候)를 정하여, 1. 물이 비로소 얼고, 2. 땅이 처음으로 얼어붙으며, 3.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습니다. 특별한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겨울채비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날입니다.

이때에 행하는 겨울채비의 행사에는 다름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김장 - 무수히 쌓인 낙엽 위에 서리가 내려 쉬고 찬바람이 옷깃을 올려주는 시기입니다. 입동엔 벌써 겨울채비가 한창이고 입동을 전후해서 김장을 담급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김치의 상큼한 맛이 줄어든다고 하며, 옛날에는 우물가 냇가에서 부녀자들이 무·배추 씻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입동날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은 추울 것으로 점을 치곤 하였습니다.

경남의 여러 섬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 하고, 밀양 지방에서는 갈가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목화가 잘 될 것이라는 징조라고 믿기도 합니다.

고사(告祀) - 이 시기에 고사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토광, 터줏간지, 씨나락섬이나 외양간에도 고사를 지낸 후,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떡을 가져다주며 이웃집과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해의 노고와 집안의 무사를 감사 드리며 이웃과의 일체감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치계미(雉鷄米) - 또한 옛날 향약(鄕約을 보면 춘추(春秋)로 양로잔치를 베풀었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관례가 보편화돼 있었습니다. 비단 논 한 뙈기 밭 한 뙈기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일년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응분의 출연(出捐)을 했단 것입니다. 아름답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