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조선왕조(朝鮮王朝)의 수도로서 58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1394년 7월 17일 고려왕조를 대신하여 조선왕조를 개창한 다음 1394년 11월 26일 한양으로 천도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한국민족사의 중심역할을 하여 왔다.

그런데 서울이란 원래 나라의 도읍지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칭호로서 한자로 경(京)의 뜻이 된다. 경(京)은 높을 고(高)자에서 작은 입구(口)가 생략된 글자에 "　"글자를 더한 회의문자(會意文字-한자의 육서 중 두 글자가 합하여 전혀 새로운 글자가 되는 원리)로서, 사람이 만든 높은 돈대(墩臺-높은 지역, 또는 높은 관청)라는 의미로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란 의미로 "서울"를 의미하게 되었다.

따라서 도읍지를 옮기는 경우 또는 별개의 도읍지를 정하였을 때에는 이를 한자로 구경(舊京), 구도(舊都), 신경(新京), 신도(新都) 등으로 적고 우리말로 옛서울, 새서울로 불렀으며 그 위치에 따라 동경(東京), 남경(南京) 등으로 쓰고, 우리말로는 동서울, 남서울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도읍지를 의미하는 우리말 『서울』의 칭호는 언제, 어디에서 연유되었던 것인가? 그 연원은 삼국시대 신라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즉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신라 시조 혁거세(赫居世)왕이 6부 인민들의 추대로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서나벌(徐那伐)이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신라 시조 혁거세왕이 건국 후에 국호를 "서나벌" 또는 "서벌"이라 하였는데 혹은 사라(斯羅), 사로(斯盧)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특히 『삼국유사』에서는 "서벌"에 대하여 "지금 우리말로 경(京)의 뜻을 서벌이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주기하여 신라 국호의 하나인 "서벌"은 한자 "경(京)"과 같은 말이라 하였으니 그것은 국호 서벌이 곧 신라 수도의 명칭도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수도에 대한 일반적인 칭호와 서울특별시의 "서울"이라는 제도상의 명칭 역시 이 신라 초기의 도읍지(지금 경주)의 지명이자 국명이던 서벌 또는 서나벌 · 서야벌에서부터 시작하여 변전되었음을 알 수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삼국지』 등 중국 사서에 보이는 사로(斯盧) · 사라(斯羅) · 신노(新盧) 등의 국명도 그 음훈(音訓)으로 보아서 서벌과 동명이사(同名異寫)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모두 우리말의 "서울"에 해당한 것이다.

한편 이 서울의 고기사(古記寫) 서벌(徐伐), 서나벌(徐那伐), 서야벌 또는 사로 · 사라 · 신노 · 신라(新羅)는 백제(百濟)의 도읍명 소부리(所夫里, 夫餘)와도 동의어가 되는 듯하다.

그 뜻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이론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 서(徐) · 사(斯) · 신(新) · 소(所)는 고(高) · 신령(神靈)을 의미하는 우리말 수리 · 솔 · 솟의 음사(音寫)이고 벌(伐) · 노(盧) · 라(羅) · 부리(夫里)는 야원(野原)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의 음사(音寫) 또는 의서(意書)로서 상읍 · 도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라에서는 우리말로서의 서벌(徐伐) · 서울(徐穹)의 호칭과 함께, 후에는 서울을 의미하는 한자 "경(京)"으로 도읍지의 이름을 기사(記寫)하기도 하였다. 즉 수도의 서울 외에도 전국의 중요한 곳에 5개의 작은 서울 즉 중원소경(中原小京, 忠州), 남원소경(南原小京, 南原), 북원소경(北原小京, 原州), 서원소경(西原小京, 淸州), 김해소경(金海小京, 金海) 등 5소경을 설치하였는데 여기서는 우리말 호칭이 아닌 한자의 소경으로 기사(記寫)되었으며, 후에는 소경이 아닌 중원경, 서원경 식으로 고쳤다. 또 『삼국유사』 권2 처용랑(處容郞) 망해사조(望海寺條)에는 "동경(東京) 밝은 달에 밤 들어 노니다가……"라는 노래가 적혀 있음으로 보아서 수도를 동경(東京) 즉 동서울로 불렀던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라직제 중에는 "성주작전(京城周作典)"이라는 관서가 있는데 경덕왕 때(742∼764)에 이름을 "수성부(修城府)"로 고쳤던 것으로 보아 이 "경성주작전"은 곧 서울 성곽의 수리를 맡았던 관서임을 알 수 있으며, 또 당시에 이미 서울의 성곽을 "경성"으로 불렀던 것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런데 『고려사(高麗史)』 등 고려조의 사실을 적은 문헌에서는 서벌(徐伐) · 서울(徐穹) 등 우리말 서울의 한자음서는 볼 수 없고 수도 개성(開城)을 개경(開京) 또는 왕경이라하여 서울을 의미하는 한자 "경(京)"으로 표시하였는데 이것은 한자가 일반 문서에 공용됨에 의한 것이고 수도를 우리말로 서벌 · 서울과 같은 "서울"로 부르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평양에 설치되었던 서경(西京), 한양(漢陽, 지금의 서울)에 설치되었던 남경 등의 명칭 역시 서(西)서울 · 남(南)서울을 의미하였던 것임은 물론이다.

또 『고려사』에는 "현종 15년(1024)에 경성 5부의 방리를 정하였다." "20년에 경도 나성이 완성되었다"는 기록들이 보이는 것을 위시하여 세가에서도 경성 · 경도로 수도 개성을 적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서울에 대한 일반적인 한자 칭호는 한양을 수도로 하는 조선조에 와서도 계속 불려졌던 것이다.

그리고 융희 4년(1910) 8월 일제의 강점통치가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 서울의 제도상 명칭인 한성부(漢城府)를 경성부(京城府)로 고쳤는데, 이 경성(京城)의 칭호도 전부터 우리의 서울을 의미하는 한자어로 쓰여오지 않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저들 침략자에 의하여 제도화한 경성(京城)보다도 『서울』이라는 명칭에 더 애착심을 가지고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런 실정이었던 만큼 8 · 15광복을 맞이하게 되자 경성부(京城府)의 칭호를 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서울』 또는 조선시대의 칭호였던 『한성(漢城)』으로 호칭하게 되었으며 광복 1주년을 맞이하는 1946년 8월 15일에 전문 7장 58조로 된 서울시헌장을 발표하였는데 이 헌장 제1장 제1조에 "경성부(京城府)를 『서울시』라 칭하고 이를 특별자유시로 함"이라고하여 이 때부터 "서울"은 우리 수도의 제도상 정식 명칭으로 정해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