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여성(女性)의 치맛자락으로부터 온다고 했던가?
날씨는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매섭지만 벌써 거리에는 각 학교의 신입생(新入生)과 또 봄 거리를 뽐내고자 하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역시 젊음은 추위를 이기는가 봅니다. 봄은 생명(生命)의 계절이며 젊음의 계절입니다. 그러기에 동양(東洋)에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五行)에서 나무처럼 위를 향해 뻗어 오르는 기상을 가진 목(木)에 비유를 하였습니다. 봄은 겨우내 잠들었던 싹을 밖으로 틔우게 하고 움을 트게 하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잠에 들었던 개구리도 봄기운에 놀라 깨어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3월 5일이 바로 절기(節氣)로는 경칩(驚蟄)입니다. 즉 놀랄경(驚), 겨울잠잘칩(蟄)입니다. 겨울잠을 자던 모든 것들이 깨어나는 시기로서 개구리, 도롱뇽 등이 알을 까기도 합니다.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몇 달간 단식을 하던 지율스님도 이제 개구리와 도롱뇽을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살리고자 한 것이 비단 개구리와 도롱뇽만은 아니었겠지요.

우리가 실생활에 활용하는 절기(節氣)는 어찌하여 이렇게 좋은 이름을 붙여 두었을까? 또 언제부터 이렇게 사용하였을까?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낮에는 태양(太陽)으로 밤에는 달과 함께 그리고 별과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地球) 역시 하나의 별로서 다른 별들과 다르지 않으며 또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천문(天文)을 일상생활인 농경(農耕)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달력이 바로 절기(節氣)입니다. 이 절기는 달을 중심으로 한 음력(陰曆)을 태양 중심의 양력(陽曆)으로 보완하는 역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양은 고대 그리이스 로마시대에 일년을 10개월(295일)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년의 처음은 봄이 시작하는 3월(March)로 정하였으며 그 후(기원전 700년경) 11월과 12월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정하게 된 것은 기원전 45년에 시저가 그리스 천문학자 ‘소스게네스’로부터 자문을 받아 단행한 개혁의 결과였습니다. 모두 태양(太陽)인 양력(陽曆) 중심의 세계관이었습니다.

우리동양에서는 이러한 역법(曆法)이 왕권의 고유한 상징으로서 이는 천자(天子)의 권한에 속하는 일이었습니다. 고대 하(夏)왕조는 음력 1월 1일을, 그리고 그 후 은(殷)나라는 12월을, 주(周)나라는 11월을 그리고 진(秦)대의 진시황(秦始皇) 때에는 음력 10월을 한 해의 시작은 정월(正月)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음력 1월을 정월(正月)로 삼게 된 것은 한(漢)대의 무제(武帝)이후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역(曆)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고 또 가장 중요한 농경(農耕)에 활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고대의 제정일치(祭政一致)사회에서는 하늘의 이치(理致)를 통해 전쟁(戰爭)과 농경(農耕)에 활용하는 것이 군주(君主)의 가장 큰 덕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달을 중심으로 한 음력(陰曆)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농경과 계절의 변화를 잘 나타내지 못하고 또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역법에 태양의 변화를 보완하는 24개의 기준을 만드니 이것이 바로 24절기(節氣)입니다. 이 24절기(節氣)는 주(周)나라 화북지방의 기후를 반영한 것으로 우리나라와 정확하게 맞지는 않으나 세시풍속(歲時風俗)과 맞물려 우리의 오랜 문화(文化)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학(易學)에서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정월의 입춘(立春)은 봄에 들어선다는 의미이며, 봄기운이 완연한 경칩(驚蟄)은 봄기운이 따스하여 겨울잠에서 놀라 깨어난다는 시기이며, 경칩의 보름 이후인 다가오는 3월 20일인 춘분(春分)은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이 점차 줄어들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며 봄의 기운이 골고루 잘 나누어진(나눌分) 시기입니다.

봄의 중앙은 춘분(春分)이며, 여름의 중앙은 하지(夏至)이고 가을의 중앙은 추분(秋分)이며 겨울의 중앙은 동지(冬至)입니다. 동지(冬至)는 밤이 가장 긴 음(陰)으로 점차 양(陽)으로 전환되어 주(周)나라 때에는 이 동지인 11월을 정월(正月)로 삼았으며 주역(周易)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동지(冬至)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춘분(春分) 이후의 3월절인 청명(淸明)은 황하의 물도 일년 중에서 가장 맑고, 또 날씨도 맑고 밝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 동양의 문화가 담겨져 있는 이러한 절기(節氣)를 낡은 시대의 가치로 여기지 말고, 현대에도 살아 숨쉬는 가치로 여길 때 우리문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져서 고구려(高句麗)와 발해(渤海) 그리고 괭이갈매기가 날아오르는 독도를 지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토인비도 역사는 늘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