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갑신(甲申)년으로 날쌘 원숭이의 해로서 무척이나 변화가 많은 해였으며, 이제 곧 다가오는 2005년은 을유(乙酉)년 닭의 해입니다. 항간에 닭은 두 발로 흙을 파헤쳐 먹이를 줍기 때문에 방정맞고 정숙하지 못한 동물이라 하여 출산을 꺼리는 풍습이 있습니다만, 이는 지어낸 이야기가 널리 퍼진 그야말로 유언비어(流言蜚語)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정하는 띠 동물은 12가지로서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그 순서는 전통 설화에 기인합니다.

아득한 옛날 하늘나라 대왕(大王)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하였는데 그 선발 기준을 두고 고민하던 중,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天上)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지위를 주겠노라고 동물세계에 알렸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짐승들은 저마다 기뻐하며 빨리 도착해서 높은 지위를 부여받고자 피나는 훈련을 하였습니다. 말, 소, 돼지 등 매일 제각각 훈련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고 있던 쥐는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습니다. 다리도 짧고 날개도 없으며 덩치도 작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꾀를 내어 믿음직하고 튼튼한 소의 등에 타고 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은 앞다투어 천상(天上)의 문을 열고 달려왔는데 소가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소의 등에 타고있던 쥐란 놈이 뛰어 내리면서 소의 앞에 서게 되어 일등을 하고 말았습니다. 믿음직한 소는 분했지만 1등의 자리를 쥐에게 내어 줘야만 했습니다.

이리하여 하늘나라 천왕(天王)은 천상에 도착한 동물들에게 차례대로 순서를 매겨서 땅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12띠 동물입니다.

새 해가 되면 누구나 올해가 무슨 띠에 해당하며 또 띠 동물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비유하여 새해의 운수를 예언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동양문화(東洋文化)의 뿌리가 되어 왔습니다.

2005년은 닭의 해입니다. 그런데 닭은 먹이를 두 발로 헤쳐서 부리로 쪼아먹는 것뿐만 아니라, 유일한 날짐승으로서 이른 새벽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새벽이 밝았음을 알리는 희망의 새이기도 합니다.

2005년은 온 나라에 희망(希望)이 가득 찬 첫 새벽의 닭 울음이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치기를 우리 모두 기원해 봅시다.